김형건 대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시장포화·경쟁촉진 정책으로 경영난 가중
규제완화·폐점 주유소 지원 방안 모색

최근 주유소들 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주유소의 휴업이나 폐업이 크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휴업 및 폐업한 주유소만도 601개소라고 한다. 국내 전체 주유소의 수가 대략 1만3000개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꽤나 많은 주유소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정유사의 상표 주유소들만 보면 주유소 수의 감소세는 더욱 확연해 보인다. 2009년 7월 1만2691개소였던 정유사 상표 주유소는 올 3월 1만1614개소로 크게 감소하였고, 최근 각 정유사들도 앞 다투어 직영주유소들을 매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GS칼텍스는 직영주유소 145개를 매각 대상으로 정하였다고 한다.

최근 추진되었던 국내 석유시장에 대한 정부의 여러 가지 가격경쟁촉진 정책을 감안해보면 혹은 정책의 유효성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유소 가격정보 공개정책은 최근 급격하게 확산되는 네비게이션과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주유소 간의 가격 경쟁을 강화하고 있고, 2011년 이후 시행되고 있는 알뜰주유소, 혼합판매활성화, 석유전자상거래 등 대부분의 정책들 역시 일정 수준 주유소 간의 가격경쟁을 치열하게 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의 정책과 국내석유수요를 감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실 국내 주유소들의 수익구조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주유소들의 수익악화

우선, 우리나라의 주유소들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에 비해 평균 판매량이 많은 편이 아니다. 2009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유럽국가의 주유소들이 우리나라의 주유소보다 평균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의 주유소 1곳 당 연간 평균 판매량은 모두 350만ℓ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만ℓ 정도를 판매하는 우리나라의 주유소 1곳당 평균 판매량의 1.5 배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주유소의 평균 판매량이 선진국에 비해 극히 저조한 원인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대형마트 주유소의 보급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경우에도 대형마트 주유소의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주유소 시장과 유사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주유소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는 두 번째 원인은 석유제품의 판매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들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주유소들은 대부분은 편의점 혹은 다양한 프랜차이즈와 병행하는 경향이 많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유외사업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이 주를 이루고 유류사업은 미끼상품으로 이용되는 경우까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주유소들은 유외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부분의 수익을 석유제품의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추해 봤을 때, 석유제품의 판매에 수익을 의존하는 국내 주유소들은 정부의 가격경쟁촉진 정책이 유의한 성과를 달성하면서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 유럽 주요국의 주유소 당 판매량

▲소비자에게 주유소 수의 감소는 ‘불이익’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는 당분간 국내 주유소 수의 감소를 촉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과 같이 소비자들의 관심이 가격인하에만 맞춰져 있다면 이와 같은 시장 악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 될 것이다. 이제 석유제품 가격의 인하 뿐 아니라, 국내 주유소 수의 감소가 과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인지도 함께 고민해 볼 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도심지의 주유소 감소이다. 최근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미 지대가 비싼 강남3구는 서울 지역 폐업주유소 순위 1~3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주유소 수의 감소는 주유를 위한 소비자들의 주행거리가 더욱 멀어지게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주유소 수의 감소로 인해 두 번째 우려되는 상황은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뒤에 가격이 재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유소 간 거리규정이 존재하였던 시절의 주유소 수익이 현재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을 보면 당연히 경쟁에서 살아남은 일부 주유소들이 가격을 재상승 시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주유소 수가 유지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바람직한 시장의 구조조정

이제는 소비자의 가격인하 요구를 만족시키면서도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장의 구조조정을 고민할 때다.

아마 가격인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주유소의 수익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유소의 비용절감을 유도하는 것이 첫 번째 방안이 될 것이다. 최근 주유소들의 비용절감 노력 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셀프주유소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2007년 59개소에 불과하였던 셀프주유소는 2012년 1068개까지 확산되었다. 하지만 주유소 비중의 90%를 상회하는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셀프주유소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심지어 셀프주유소와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고 시장에 출범한 알뜰주유소 조차 셀프주유소의 비중이 10% 가량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향후 셀프주유소 지원 정책이 보다 구체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장의 구조조정을 위해 고민하여야 할 두 번째 방안은 주유소의 유외사업 확대이다. 앞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주유소들의 수익 대부분은 유류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외국에서 성행하는 주유소 편의점 등의 유외 부가가치 사업은 국내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주유소 부지의 자유로운 이용과도 무관하지 않은 사항이다. 국내 주유소들의 보다 활발한 유외사업을 위해 관련규제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가짜석유제품의 근절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주유소 부지의 자유로운 이용과 유외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안전이 필수적으로 담보되어야 되기 때문에 가짜석유근절은 위한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하여 급격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폐점 주유소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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