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X팡’이라는 게임이 한창 돌풍일 때 뜬금없이 나타나 인기를 끌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하상욱 시인. 하나의 에피소드를 짧은 글로 재치 있게 담아낸 그의 단편시집은 인기에 힘입어 책까지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을 불러온 근원지, 한수원의 비리를 보고 있노라면 하상욱 시인의 시 한 편이 떠오른다. ‘끝이/어딜까//너의/잠재력’(하상욱 단편 시집 ‘다 쓴 치약’ 中에서).

업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지난 4일 원전 거래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을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또한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업체 대표를 소환해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당한 점은 이 업체는 앞서 시험성적서 위조사실이 적발된 JS전선과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기자 어린 시절 광풍(狂風)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만화 ‘드래곤볼’ 마냥 새로운 악당(?)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7년 4월부터 한수원 사장을 맡아 지난해 5월까지 무려 5년여간 근무한 김 전 사장의 경력상 추가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연이어 터지는 원전 비리 사건이 바로 김 전 사장 재직 당시에 집중돼 있다.

비리와 관련된 인물은 한 두명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2008년 1월 JS전선에서 납품한 케이블에 문제가 있음을 보고받고도 승인하라고 지시한 송모 부장과 고리 3·4호기 바닥판 교체를 구실로 5억1000여만원을 챙긴 권모 과장(당시 대리)도 구속됐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김 전 사장의 연임이다. 그는 지난 2010년 한수원 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해 ‘빽’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에 따라 이번 원전 비리 수사가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수원 노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자력 마피아라는 몸통에 수사를 하지 않고 한수원에 대한 꼬리 자르기 수사를 할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금 한수원은 꼬리를 잘라도 또 생겨나는 도마뱀이 돼 버렸다. 꼬리가 더 이상 자라나지 않으려면 아무래도 심장을 멎게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일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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