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택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에너지 믹스는 세계적인 화두가 되었으며, 이미 기후변화와 화석에너지 고갈은 식상한 화두가 돼 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녹색성장이란 단어는 정권이 바뀜에 따라 혁신이란 단어로 바뀌었다.

지속 가능하고 영구적인 에너지는 태양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화석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는 태양계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반영구적이며 부작용이 없다. 다만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경제성 확보가 관건인 것이다.

1891년 덴마크의 기상학자인 폴 라 코어가 풍차를 최초로 전력생산에 적용했다. 이는 풍력발전의 시초였으나 당시에는 경제성이 크게 부족했다.

1975년 덴마크 한림원은 풍력으로부터 10%의 전력을 조달키로 결정하고 정부에 건의, 추진했으며 결국 목표보다 훨씬 상회한 26%를 2012년 달성했다.

현재 덴마크는 세계 풍력터빈 공급 1위 업체와 해상풍력 공급 1위 업체를 각각 탄생시켜 재생에너지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태양광을 먼저 개발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짐에 따라 풍력에 집중, 육상풍력의 꽃을 피웠다.

해상풍력은 영국이 앞서가고 있다. 2013년 5월 현재 설치용량 3321MW로 육상풍력(6224MW)까지 더하면 세계 6위권이다.

영국은 해상 풍력을 2016년 8GW, 2020년 18GW, 그 이후 40GW를 개발해 전력생산 에너지 점유율을 2050년까지 5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가스분야에서 British Gas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분야를 적극적으로 확대, 2050년대에는 거의 모든 전력수요를 공급하고 잔여 일부분을 화석 연료로 보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준공한 London Array 해상풍력사업은 제1단계로 22억유로를 투입, 630MW를 지난해 말 완공하고 잔여 370MW를 올해 추가, 합계 1GW 규모의 사업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86만 수용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347만톤의 탄산가스를 절감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6월12일과 13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개최한 해상풍력 컨퍼런스 및 전시회에 참석했는데 마침 EU지역 외의 해상풍력 소개 교실에서 미국, 중국 및 일본의 현황 소개에 이어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EU외 국가들을 보면 현재는 해상풍력이 미진한 상태이나 장래가 유망한 에너지 자원으로 인식함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일본은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고 대기업이 힘을 합해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공업체도 세계에서 제일 큰 단위 용량 7MW를 개발, 영국 글라스고에서 시험하기 위해 현재 운반 중에 있으며 타워, 샤프트 및 단조제품을 Siemens에 납품하고 있다.

영국보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에 1830억달러(2012년)라는 막대한 자금을 소비하고 있으며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 에너지 정책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영국이 해상풍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정부가 에너지장관을 임명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둘째, 사업성이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CfD: Contract for Difference)하고 있다(투자 보수율 7% 이상).

셋째, 바람자원이 비교적 양호하다. 넷째, 내부적으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가 서로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섯째, 독자적인 풍력터빈 제조능력 보유보다는 영국의 부품 컨텐츠를 늘려서 고용 증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후변화 방지 수단이었던 재생에너지의 활용은 이제 新산업혁명을 위한 세계적인 패러다임이 됐다. 이전 역사에서 세계적인 시류에 뒤처져 고통을 겪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에너지혁명 대열에 과감한 합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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