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 덥고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올 여름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기소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일선에서 절전 계획과 홍보를 주도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한 모든 정부 부처 및 에너지관리공단을 필두로 한 공기관들은 더운 여름에 과중한 업무와 함께 혹독한 무더위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은 솔선수범 차원에서 에너지소비 15% 절감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아끼고 또 아낀다.

지난주 방문했던 에너지관리공단 본사의 경우 냉방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건물 복사열로 내부 체감온도는 바깥보다 훨씬 높았다. 가끔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올 때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얼마나 더운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단의 한 직원은 “점심 식사시간만이라도 약하게 에어컨을 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여름 구내식당에서 뜨거운 국물을 먹을 때 냉방이 안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땀이 난다.

국회도 이러한 절전습관 생활화에 동참하고 있다. 크고 작은 행사들이 거의 매일 열리는 의원회관 소회의실도 냉방을 전혀 하지 않아 참석한 사람들이 부채 부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신재생에너지와 LED조명 확대와 같은 장기적인 해결책을 제외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은 그냥 ‘쓰지 않는’ 지극히 고전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아끼기만 하는 것도 분명 문제가 있다. 여름에 냉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불쾌감과 무기력증이 겹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에너지절약 실천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기관이 냉방 없는 무더위로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면 이보다 더한 모순은 없을 것이다.

아끼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거기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며, 장기적인 전력수급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냉방도 없이 일하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가 TV에 나와 절전을 호소할 때면 “국민들에게 절약만을 강요하는 무능력한 ×들”이라는 악플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아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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