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갑’, 남양유업의 ‘횡포’였다.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을’인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으며 ‘밀어내기’를 강요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돼 국민들을 분노케 한 것이다.

사실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이전까지 크게 나쁠 것도 없었다. 부채비율 ‘0’에 업계 1위. 제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돼 큰 파장을 일으킨 기억도 없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전국 600만 자영업자들은 오는 20일부터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가겠노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SNS에서는 남양유업 불매를 인증하는 수많은 사진들이 돌아다닌다. 타사의 과자에서 쥐머리가 나왔을 때도, 라면에서 너트·벌레가 발견됐을 때도 불매운동이 펼쳐지긴 했지만 분노가 이번만큼 크진 않았다.

이 사건이 이전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갑’이 ‘을’에게 직접적으로 횡포를 부렸다는 것이다. ‘을’에 대한 폭언과 욕설을 곱게 담은 음성파일이 공개됐으니 국민들이 울분을 터뜨릴 만도 하다. 우리나라 국민 중 열에 아홉은 아마도 ‘갑’인 동시에 ‘을’, 혹은 그냥 ‘을’의 입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을’을 무시하다 역풍을 맞은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은 이동주차를 요구하는 호텔직원을 폭행, 물의를 빚어 이달 초 폐업을 선언했다. 기내식으로 나온 라면이 짜다며 스튜어디스를 폭행한 포스코에너지의 상무는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모든 ‘갑’이 ‘을’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 전력업계에서는 남동발전이 해외 바이어 40여명을 초청해 우리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했다. 중부발전은 중소기업과 신기술개발, 경영효율 향상 및 매출액 증대 등을 위해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모두 ‘상생’을 위한 일들이다.

노파심에 한 마디를 하자면 이 같은 일들을 진정성을 담아 꾸준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디어와 SNS의 홍수 속에서 영혼 없는 행동은 언젠가는 들통이 나게 돼 있다. 물의를 일으킨 저들 또한 공식석상에서는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보였을 것이 아닌가.

‘을’ 또한 ‘갑’과 똑같이 귀중한 사람이란 것을 소위 말하는 일부 ‘힘있는 사람’들은 몰랐을까. 이 甲甲한 마음은 어디서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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