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일 지역냉난방협회 상근부회장

10년 전 정부는 도심지 분산형전원 확보차원에서 구역형 전기사업 및 100MW 미만의 소규모 지역난방사업 등 약 22개 지구에 집단에너지 사업을 허가했다.

정부의 사업 허가 당시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였으며 전기, 가스, 열 부문의 판매요금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따라서 많은 민간사업자들이 참여해 2007년도까지 열병합발전소 준공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120달러로 급등했다. 이처럼 연료비가 급등하게 되면 당연히 전기와 열 판매 요금이 그에 맞게 인상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화 정책으로 요금인상이 억제되면서 22개에 달하는 민간사업자들은 다년간 운영 결손으로 도산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처럼 정부의 분산형 전원 정책이 실패에 도달하게 된 것은 △전기 및 열 요금이 현실화되지 못하였고 △100MW 미만의 소형발전소에 공급되는 LNG연료 가격을 100MW 이상 대형발전소 대비 9%이상 고가로 공급하고 있으며 △분산형 전원 선진국인 유럽(EU)의 ‘송전망이용요금’과 같은 제도가 시행되지 못한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민간사업자들의 어려운 상황과 대조적으로, 산간오지 또는 해변가에 위치하여 유연탄 등 저가연료 사용이 가능한 대형발전소들은 송전비용을 지불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전력피크부하 발생으로 전력예비율이 낮아져 매출액 대비 당기 순이익율이 5% 이상 되는 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정부에서는 제6차 전원계획수립 발표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지방 산간오지 또는 해변가 근처에 유연탄 등 14개 화력발전소를 설치해 부족한 전력난에 대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지난 5월6일 언론 등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송전선로가 현재도 약 90% 가량으로 포화상태에 있기 때문에 향후 14개 발전소가 준공될 경우 전맥(電脈) 경화현상으로 새로운 송전선로 건설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에 따른 해당 지역주민들의 집단민원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정부는 영국, 덴마크, 독일과 같은 에너지선진국가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송전망이용요금 도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영국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영국은 국토 전체를 16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지역간 편차도 매우 크게 하여 도심지 소규모 CHP가 분산형전원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런던 등 도심지의 소규모 CHP는 1kW당 0.7파운드의 마이너스(-) 송전요금을 부담하며 전력거래 기관에서 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발전소는 1kW당 0.86파운드의 송전요금을 발전소에서 부담케 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도심지의 비싼 토지에 건설 및 운영 중에 있는 분산형 소규모 CHP사업을 육성,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의 100MW 미만 소규모 열병합발전소의 경우에도 3.3㎡당 1000만원 상당의 초고가 부지에 완벽한 공해방지시설을 갖추고 비싼 LNG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산간오지 또는 바닷가에 위치한 저가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원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도 조속히 송전망이용요금 제도를 도입시켜 기 설치된 22개지구 소형 CHP사업자는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열을 공급토록 하는 주민보호대책이 시급하다.

올 한해도 소규모 열공급 사업자들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으로, 또한 시베리아 벌판에서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도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겨울철을 견디는 아주 작은 엄지새(상모솔새)의 날갯짓과 같이 끊임없는 열정과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운영결손을 면하고 도산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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