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규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

지난 20세기가 에너지 측면에서 오일체제(The Oil System)였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은 포스트오일 체제(The Post-Oil System)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오일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이 주도하고 중동지역을 생산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오일이외 대안적 에너지에 대한 모색을 나타내는 포스트 오일 전환(Post-Oil Transition)은 198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에너지전환을 촉발한 요인은 중국 등 신흥경제의 수요급증 상황에서 값싼 오일 공급이 어려워지게 되고, 국제환경규제가 강화되는 한편 기후변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오일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자력, 신재생, 천연가스의 세 가지 에너지가 포스트오일 체제의 대안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포스트오일 전환의 초기단계의 경쟁구도는 미국과 유럽이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러시아와 이란, 알제리, 리비아, 카타르 등 천연가스(나중에 알려진 대로 ‘전통’ 천연가스) 강국이 새로운 천연가스 카르텔을 중심으로 연대하는 형태였다.

특히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통한 국제적 영향력을 증진시키게 된다.

포스트오일 전환의 두 번째 단계는 비전통가스인 셰일가스가 가져온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선 미국이 원자력과 신재생연대에서 떨어져 나와 셰일혁명을 통해 독자적 에너지패권을 모색하게 된다. 타이트가스와 CBM이 북미이외 지역에서도 성공한데 반해 셰일가스는 매장량이 가장 많지만 기술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비전통가스로서 천연가스 혁명으로 불리는 셰일혁명을 미국이 주도하게 된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태는 천연가스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던 신재생 프로젝트들이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무엇보다 오일체제의 자원기지였던 아프리카와 중동국가들과 연대해 포스트오일체제의 에너지주도권을 노리던 유럽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태양열과 풍력을 유럽까지 운송하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유럽의 에너지 패권은 북미 에너지혁명과 미국의 에너지독립, 그리고 미국의 제조업 부활로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에너지수요가 급증하게 될 아시아, 특히 동북아 지역은 이러한 미국주도의 포스트오일 천연가스체제에서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 오일체제에서의 에너지 안보문제는 사라질 것인가? 천연가스가 제기하는 독특한 에너지안보 문제는 무엇인가? 최근 이러한 소위 이러한 新 천연가스 안보 논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오일체제에서와는 달리 공급자가 다변화된 상황에서 현재 카타르에 집중되어 있는 LNG수입원을 향후 미국, 캐나다, 호주, 아프리카 등으로 어떤 비율로 어떻게 다변화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으로의 LNG 수입원 다변화가 최대 관심사다. 한국에게 더 어려운 선택은 러시아 PNG 수입원 다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원칙적으로 천연가스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는 방법은 불안한 생산국가의 공급차질을 방지하고 가격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최대한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천연가스와 같이 국제가격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아시아프리미엄이 극단적인 경우는 다수의 공급자들을 경쟁시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미국으로부터의 LNG 수입은 얼마나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가격측면에서 한국의 에너지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될 것인가? 거리와 운송의 불리함을 극복할 만큼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러시아의 거리상 유리함을 상쇄할 만큼 안보상 이익을 제공하는가? 천연가스 에너지안보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더욱 더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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