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한중(漢中)을 두고 유비와 대치하고 있을 때다. 오랜 시간 지리멸렬한 소모전 속에 진퇴를 고민하던 조조는 식사 때 올라온 닭요리를 보며 “이 땅(한중)은 마치 닭의 갈비와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 조조는 전군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 내용은 너무도 유명한 ‘계륵(鷄肋)’의 유래다. 먹을 것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닭의 갈비를 군사를 희생하며 지킬 가치는 없으나 적에게 내주긴 싫은 한중땅에 비유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의 현실은 이와 딱 맞아 떨어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키우려니 밑빠진 독에 물붙기 같은데 지금까지의 투자와 화석연료가 고갈될 미래를 생각하면 포기할 수도 없다.

그동안 태양광 육성을 외치던 많은 사람들도 최근에는 그 목소리가 많이 위축됐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제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태양광산업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에 딱히 반박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지금의 국내 태양광산업은 누가 봐도 어렵다.

지금까지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측면에서 어필할 수 있었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자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리드패리티에만 도달하면 나라 전체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보급은 확대되고 있으나 업계는 힘들어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태양광에 대한 인프라가 확고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와 공급과잉이라는 악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정부도, 업계도 그다지 산업 육성을 위한 필사적인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원전의 대안, 미래 먹거리, 제2의 반도체 등 온갖 미적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 모든 것은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그리드패리티 시점은 2016년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태양광 기업들이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설령 그리드패리티가 도래했다 하더라도 또 어떤 변수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정부가 과감히 투자할지, 아예 관심을 접을지 확고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어정쩡하게 계속 끌고만 간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태양광업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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