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가스 이석형 기술본부장]

▲ 대구도시가스 이석형 기술본부장.
에너지는 의식주와 더불어 인간 생활 영위에 필요 불가결한 제4의 요소이다. 역사적으로도 인간의 문명의 발달은 에너지원에 사용되는 불의 발견과 더불어 시작되고 또 다른 에너지원이 발견되었을 때에 이전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한 단계 진보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에너지원의 진화를 통하여 지금과 같은 21세기 문명에 이르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였다. 산업화 이전에는 국토의 70%를 점하는 산의 목재와 목재 부산물을 무차별로 채취 및 연소시켰다. 이런 원인으로 벌거숭이산이 되었다가 연탄이 도입됨으로서 다시 산은 산다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석유, 원자력과 가스가 도입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이들이 주류 에너지이다.

전기는 19세기에 시작되었고, 발전 연료로 위의 연료 도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수력 발전을 제외하면).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 비중이 발전량으로 40% 이상을 점한다.

에너지 상품의 시작, 발달 및 성숙의 과정이 다름에 따라 그 가격 결정 과정도 다르게 변천되어 왔다.
전기는 중앙 정부에서 결정하고 현재 원료 값에 연동되지 않고(10월 8일, 2011년 7월부터 원료 연동제를 도입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정기적으로 조정되며, 도시가스는 지방 정부에서 결정하고 소매 공급비용은 1년에 한번, 도매 공급 비용은 원유가와 달러화에 연동되어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된다. 석유는 전적으로 자유화되어 있어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어쩔 수 없이 에너지 선택에 제한을 받는 소비자에게는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취사용으로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LPG를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하지만 배관망이 설치되지 않았다면 그림의 떡이다.

대체적으로 도시지역에는 도시가스 배관망이 잘 갖춰져 있지만 농촌 지역에는 미비하여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가구는 싼 연료를 사용하고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 지역은 비싼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도시지역 내에서도 달동네 같은 곳은 도시가스 배관이 없어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또 다른 불이익의 예이다. 이런 예는 에너지 복지 차원의 정책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에너지 가격 결정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 기후변화의 문제이다. 교토체제에서는 우리나라가 예외로 인정되었으나 포스트교토체제에서는 의무감축국에 속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때에 에너지 가격 결정 체제를 합리적으로 변화시킴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소비자의 소비 행동 양식을 보면 공익 보다는 각 개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경제적 이익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몇 백 마디의 캠페인보다는 지키지 않음에 따른 금전적 부담의 증가가 더 피부에 와 닿고 소비자로 하여금 행동에 옮기게 하는 법이다.

전기의 경우 지나치게 세분화된 용도 구분과 가격체제 개편에 대한 결론이 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시행 시기만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 요금은 온 국민이 영향을 받는 것이라서 정책적 요소가 아닌 정책 외 요소인 정책적, 정무적 판단이 더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 원리를 중시하는 현정부가 반드시 개편하여야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분산형 전원인 소형 열병합 발전소, 구역형 발전소, 집단에너지 발전소,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우후죽순격으로 건설되어 운영 중이다.

물론 전체 발전용량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앞으로 더욱 육성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 진입 초기에는 기존 시장 참여자보다 핸디캡이 많으므로 어느 정도의 보호 육성 정책이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시장 진입에 따라 분산형 전원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지게 되었다.(덴마크의 경우 전기 발전량의 2008년말 현재 20%가 풍력 발전이다.)

이런 분산형 전원의 보급은 세계적 흐름이긴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지속된 전력 산업의 독점 탓에 분산형 전원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시들시들하고 있다.

사실은 전력 산업의 초창기 모습이 분산형 전원이었다. 그러나 발전소가 대형화되면서부터 먼 곳에서 송전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송전 손실이 크고 발전소와 소비자 주거지의 괴리에 따른 민원도 증가하였다(님비 현상). 수혜자와 잠재적 피해자가 동일한 분산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민원이 감소될 것이다.

새로운 흐름의 하나는 전기자동차의 출현이다. 전기자동차는 전기를 사용하는 측면에서는 전력 사업 쪽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른 면에서 전기를 축전하는 기능을 고려해 넣으면 장점이 상당하다. 전기의 약점이 저장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런 약점은 양수발전소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극복되었는데 전기자동차가 현재의 자동차 수준으로 보급된다면 전기저장 기능을 충분히 감당할 것이다. 이런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전기 가격체제는 개편되어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그리드가 활성화되려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도-예를 들면 시간별 요금제도, 요일별 요금제도 등-가 다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발전소를 짓는 투자비가 대폭 절감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기 요금이 개편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처럼 중앙정부에서 정책적 고려에서 전기 요금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시민 대표 등이 포함된 공공요금위원회 등을 만들어 심의를 맡기는 방안도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방안이 될 것이다. (현재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이런 형태의 공급 비용 결정 과정을 거친다.)

가스와 마찬가지로 원가에 연동하여 전기요금이 변하는 제도로 가야 에너지 간 경쟁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제도가 되어야 갑작스런 국제 에너지 요금의 변동에 적응도 빨라지게 된다.

지금처럼 왜곡된 에너지 가격체제 아래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런닝 차림으로 주거하는 습관이 계속될 것이다.

97%의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에너지를 절감해야 하는 절대적 명제를 안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소수 소비자의 에너지 소비행태를 조장하는 가격체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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