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GASTECH KOREA 대표

에너지 정책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강대국일수록 에너지 정책은 모든 정책의 가장 기저에 놓고 독립부서가 이를 관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당장 에너지 문제가 없다며 독립부서 설립은 커녕 앞으로 닥칠 심각한 전력부족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물론 에너지 전문연구기관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아직 뚜렷하고 확실한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알려진 에너지 정책의 골간을 살펴보면 △2020년 온난화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BAU30%감축정책 유지 △원전정책은 안전우선, 타 에너지원의 확보 전제하에서 원전재검토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인프라 개발 박차로 요약할 수 있다.

모두 장기 전력수급계획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제6차 전력수급계획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 △석탄발전 증설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유보 △신재생에너지 문제를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앞으로 심각한 전력부족에 당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전·현정부의 온난화가스 배출감축목표는 2020년 2005년 수준대비 BAU30%, 실질적으로 4%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0년 우리나라의 온난화가스 배출은 전년대비 9.8%가 증가했다. 한해에 약 10%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2005년 이후 ‘15년 동안 4% 감축’의 현실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발표된 2009년 CO₂의 42.3%는 화력발전에서, 31.6%는 철강산업에서 배출됐다.

제철에 사용되는 석탄은 원료라 결국 CO₂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석탄발전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석탄발전소를 10GW증설이 포함돼 있다.

CO₂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석탄발전소 운전도 줄여야 할 형편인데도 석탄 발전소를 증설하는 것은 큰 모순이다.

정부는 지구온난화 방지 정책이 우선인지 아니면 이를 무시하고 전력수급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신규 석탄발전소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건설 부지가 대부분 동해안 지역이라는 데 있다. 석탄발전소 건설 후 가동이 시작돼도 동해안지역에서 수도권까지의 송전선로가 이미 포화상태라 송전선로 문제의 해결 없이는 신규 건설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5차 계획에 반영됐던 4기 6GW가 6차 계획에 보류상태로 반영되지 않았는데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이 여의치 않을 때 절대적으로 부족한 발전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추가건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더불어 원전의 경우 기존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제6차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원자력 발전소 현황에 따르면 현존 23기 중 10기 8066MW가 2027년까지의 계획기간 내에 설계수명을 다한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에 대한 가동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전력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설계수명 재검토 대상은 현존 원전의 38.9%에 이르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현정부의 당면 과제다.

신재생에너지는 현재의 정책으로는 도저히 기술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단의 조치로 2025년까지라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가 및 기업, 대학 연구기관들이 연구개발기금을 투자한다면 외국의 수준을 보아 전력수요의 20%까지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가 석탄발전소 신규건설의 재검토, 신재생 에너지의 적극적 기술개발, 신규원전의 추가 및 설계수명연장에 대한 확실한 정책을 에너지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일련의 문제들은 해결전망이 불투명해 결국 전력생산 부족분은 가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응방안으로 가스도입 확보책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발표될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에도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가스공사와 함께 민간발전사의 가스도입 확대를 통해 필요한 가스를 적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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