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선임이 후임에게, 또는 학교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이런 심부름을 시킬 때가 있다.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던져주면서 1000원어치 과자를 사오고 거스름돈으로 또 500원을 남겨오라는 것이다.

시키는 윗사람은 장난(진심일 때도 있다)삼아 지시하겠지만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미션 임파서블’의 상황이다.

지난주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린홈)1만호 정도의 예산으로 어떻게 100만호를 보급할 수 있겠나”라고 성토했다.

신재생에너지보급, 에너지수요관리, 에너지절약사업 등 공단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는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전, 가스공사 등 公社와 달리 공단이 추진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업은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정부의 예산을 소모하는 사업으로 준 정부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의 사업비는 전적으로 정부 예산, 즉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집행되고 있다.

문제는 공단의 사업 건수나 그 규모에 비해 내려 받는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점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R&D 예산은 연간 1200억원에 달하지만 공단의 1년 보급예산은 300억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에너지절약 및 신재생에너지보급의 대국민 홍보가 주 업무인 공단의 홍보 예산을 오히려 줄이겠다고 하는 정부의 생각에 깊은 의구심이 든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전력 위기 극복은 국가 에너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그 최일선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 바로 에너지관리공단이다.

500원을 받고 1000원 이상의 결과물을 얻지 못하면 책임 추궁을 당하는 곳도 공단이다.

당연히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에서 좀 더 앞에 있어야 하며 그 규모에서도 지금보다는 크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정부가 돈이 없다면 공단이 직접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펼치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기 정부는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를 잘 판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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