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과 환율 불안 등의 국제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에너지 사용량이 세계 10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은 정유, 가스 등의 급격한 사용량 증가와 신재생에너지 등의 에너지 다양화에 따라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사고의 위험성이 항상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15여년 동안 정부는 물론 산업체와 민간기관은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새로운 안전관리 제도의 도입 및 시행, 교육·훈련 실시, 인력 양성, 선진기술 도입 및 적용 등의 다양한 노력을 하여 왔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재해율은 1990년의 1.7에서 1998년까지 거의 직선적으로 감소하였지만 그 이후에는 10여년 동안 더 이상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등 약 0.7에 머무르고 있다.

국가마다 재해율을 산정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재해율로 국가의 안전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사망만인율을 비교하면 2008년도의 경우 우리나라는 1.8명으로, 미국의 약 2배, 일본의 약 4배, 영국과는 무려 약 14배에 이르고 있다.

산업안전과 관련된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의문은 “10년여 동안 재해율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욱이 정유, 가스 등의 기존의 화석원료 중심에서 원자력과 풍력을 비롯하여 태양광이나 조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청정산업에서도 현재의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산업안전 선진화를 이룰 수 있을까?"일 것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초기에는 제도와 규제에 의한 수동적 접근방식과 함께 기술적인 관리(technology)와 설비 투자에 중점(hardware focus)을 두고, 산업재해를 꾸준히 감소시켜 왔다. 그러나 사업장에 잠재된 위험요인은 사고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산업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기술적 관리와 함께 안전보건을 경영시스템에 통합하는 시스템적 접근(procedure audit)을 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관리 방법론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안전관리 수준은 가장 낮은 단계인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단계(pathological step)와 법적 이행 및 기술적 관리(compliance & technical management)의 대응단계(reactive mode)를 지나 시스템적 및 인간공학적(human error) 관리단계(proactive mode)로 가고 있는 전이상태(transition state)로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상태에서는 재해율 감소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해율은 크게 감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시스템적 접근을 하는 경우에도 사업장 특성이 다양하고 사업장의 규모와 기술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제도와 평가기준으로 기업의 안전관리수준을 평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다양화와 전문화되어가는 산업사회에서 선진국 수준의 산업안전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 사업장의 위험수준에 따라 관리(calculative management)하고 사업장 스스로 긍정적이고 주도적인(proactive)이며 창조적인(generative)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정부는 최소한의 규제와 필요한 선진기술 도입 및 교육 등을 책임지고 나머지 역할과 책임은 기업과 민간기관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기관의 역할 증대와 이에 필요한 법적 및 제도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재해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켜 산업안전 선진화를 달성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은 어쩌면 수만 개의 파라미터를 갖는 함수의 해(solution)를 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함수가 성립하면 해가 존재하듯이 재해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며 무엇보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물론 기업, 민간기관 그리고 개인 모두가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자세로 변화하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태옥 한국가스학회 회장(명지대 화학공학과 교수)

▶ 학력
 고려대학교 대학·대학원
 화학공학과 졸업(공학 석·박사)
▶ 경력
 (現) 한국가스학회 회장
     명지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명지대학교 시스템안전센터 소장
 (前)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장
      명지대학교 공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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