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서울지법에 위약금 176억 청구

국내 최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대표이사 권오현)가 전기를 공짜로 몰래 쓰는 ‘도전(盜電)’ 구설수에 휘말렸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화성 제1공장과 제2공장 사이에 연계선로를 삼성전자가 임의로 연결함으로써 한전측에게 정당한 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한전(대표 김중겸)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전자가 2008년 10월 화성 제1공장과 제2공장 사이에 임의로 연계선로를 구축함으로써 정당하게 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예비전력을 확보했다”며 “이는 전기공급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부정사용에 해당하므로 위약금 176억3432만원을 청구한다”는 내용의 소장을 접수했다.

이에대해 삼성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연계선로 임의 구축 부분은 인정했지만 지식경제부에 사전에 협의하고 구축한 것이기 때문에 한전 측 주장에 대해 법해석상 문제, 즉 이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만 밝혔다.   

전력관계자들은 이번 소송이 매우 흥미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전측 주장대로라면 삼성은 분명 전기를 훔쳐 쓴 결과가 될 것이고 삼성측 주장대로 연계선로만 구축했을뿐 실제 전기는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약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다른 산업체에 연쇄파장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전 소송의 핵심은 무엇일까.

삼성 화성공장은 반도체 제조공장으로 정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이중삼중의 계통 보호장치를 해놓고 있다.

화성 1공장은 설비용량 32만kW로 신수원S/S에서 154kV를 끌어오고, 화성 2공장은 설비용량 80만kW로 병점S/S에서 154kV, 신용인S/S에서 345kV를 각각 끌어쓰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반도체 공장에 단 1분만 정전사태가 발생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금전상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철저하게 대비를 한 삼성측이 2008년 10월 제1공장과 제2공장의 전력을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선로를 임의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관전포인트가 있다.

한전이 주장하는 것은 제1공장과 제2공장이 각각 다른 변전소에서 전기를 가져오기 때문에  두 공장 사이에 연계선로를 구축하면 서로 다른 변전소가 공급해야 하는 전기량이 그만큼 늘어나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예비전력이 발생하는데 이번 삼성과 같이 서로 다른 변전소의 다른 전압이 들어올 경우연계선로 구축으로 인해 예비전력이 생기면 설령 전기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한전으로서는 예비전력 만큼의 여유분의 전기를 미리 확보해야 하므로 전기공급약관 제63조 제5항에 의거해 실제 사용하는 상용전력 대비 2~10%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같은 계통에 있는 연계선로를 연결할 경우는 변전소의 공급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추가의 요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공급변전소가 다른 이번 삼성의 경우는 다르다고 확실히 답했다.   

즉, 명백한 도전(盜電)이라는 것이다.

한전측 변호인은 “세계적인 전자회사이자 국내 3대 전력사용업체인 삼성전자가 한 이번 행위는 기술적으로 세련됐을지는 몰라도 부정사용이라는 점에서는 일반 도전(盜電)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삼성전자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화성 1공장과 2공장의 선로를 임의로 연결함으로써 예비전력을 확보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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