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현행 전기요금 결정 방식 맹타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와 NGO, 정부,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토론회가 3일 오전9시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바람직한 전기요금 체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지난해 9.15정전사태 직후 열린 토론회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에너지시민연대는 이번 토론회를 국회기후변화포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산업계 대표인 전경련이 참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심각한 전력난과 함께 요금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국회·NGO·산업계가 공동주최함으로써 바람직한 전기요금 체계 마련을 위한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산업계 대표인 전경련이 전기요금 관련 토론회에 처음 참석, 합리적인 요금인상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에너지 효율적인 전기요금 제도’를,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이 ‘전력수급 위기와 바람직한 전기요금 결정 시스템’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 최규종 지식경제부 전력진흥과장,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조영철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평가과장,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토론을 벌였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리 공개한 발제문 ‘에너지 효율적 전기요금제’에서 “현재 정부가 결정하고 있는 요금 결정 방식이 에너지절약(효율향상)보다는 다른 정책적 목적이 강조되고 있으며 경직적인 요금체계의 관성적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구체적 요금 설계 대안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요금 설계의 목적에서 필요 수입의 회수, 수용가간 공정한 비용 배분을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사업자 수입의 안정성, 수용가 부담 요금의 안정성, 보편적 필수수요 충족, 수용가 이해 측면의 단순성과 실행의 용이성, 비용효과적 부하관리를 도모하는 경제적 효율성, 에너지 효율(투자) 촉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시간별)요금제, 일별 요금제 등 시간 기준 요금제 도입을 검토해야 하며 연료비 연동제 실행, 유인규제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기요금 결정체계를 탄력화,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발제문 ‘전력수급 위기와 바람직한 전기요금 결정 시스템’을 통해 “현재의 전기요금 논쟁이 산업과 가정 부문간의 산술적 형평성 여부에 치중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단순 형평성 논쟁보다는 부문별 효율개선과 국내 전력수급상황에 맞는 요금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많이 인용되고 있는 한일 산업․가정용 전력요금 비교의 경우 산업용은 개방되어 있고 가정용은 독점되어 있는 일본 요금비율을 국내 현황과 비교하는 방식 자체에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낮은 요금을 유지해온 전기요금 결정방식과 전력수급계획이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급속한 전력화와 수급 위기 발생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역전된 유류가격과 전기요금을 바로잡기 위해 전기요금의 대폭인상과 난방유 및 제조업 유류에 대한 면세 수준의 인하, 경부하 및 심야전기요금 개선, 지역별 송전요금 적용 등을 제시하였으며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간 협의구조로 되어 있는 현행 전기요금 결정구조를 전문 규제기관에 맡기는 등의 독립적 전기요금 결정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를 대변해 지정토론자로 나선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사전에 공개한 토론문을 통해 “과도하고 임시방편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산업계가 이미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국가 간 전기요금을 비교할 때 주택용과의 요금 비율을 비교해보면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최근 10년간의 누적 인상률을 봤을 때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이 주택용보다 높으며 지난해 요금 인상에 따른 인상효과가 반영되기도 전에 다시 인상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장기계획을 수립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토론문을 통해 전력 공급은 늘리고 전기요금의 인상을 통해 전력수요는 억제해야 한다고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부나 이해당사자들이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주장과 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산업용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자는 주장은 적절하며 특히 대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제는 폐지해야 하지만 부채폭증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한전의 논리나 주택용 요금과의 요금비율을 근거로 산업용 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산업계의 논리 모두 부적절한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가정용 요금에 관해서는 공공복지지출 비율이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에서 정책적으로 낮게 유지하던 공공요금마저 인상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과다한 인상이나 누진제 완화 주장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조영철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평가과장은 토론문에서 전기요금 규제로 인한 한전의 부채증가에 우려를 표하면서 일부 언론이 발전자회사 이익을 포함한 연결재무제표의 한전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전이 적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오류라고 주장했다.

또 “물가안정은 거시경제정책 수단으로 해야 하며 물가안정을 위해 개별 가격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주의 원칙에 맞지 않고 전기요금 규제에 의한 기업 경쟁력은 지속 불가능한 가짜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전기요금 규제라는 가격보조 방식의 산업계 지원은 타당성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단기적 개선과제로는 농사용 범위 축소, 부하관리와 전기절약 연계 요금제 도입,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정부의 요금규제 재량권 축소, 지역별 송전비용을 반영하여 수도권 특혜 축소, 송전설비 피해보상 제도를 개선하여 한전이 비용 부담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장기적으로는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토론문을 통해 새로운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제발표에 공감을 표하면서 기존의 저가격 기조의 전기요금 정책을 개선하는 원칙으로 사회적 원가주의의 원칙, 공공성 강화와 사회 재투자의 원칙, 복지를 위한 역교차보조의 원칙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주택용 전기와 에너지 복지 관점에서는 경제위기로 인해 빈곤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전기를 보편적 서비스로 인정해 적정 필요 전력량을 보장하되 그 이상의 사용량에 대해서는 누진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이번 토론에서 다루는 논의에 탈핵·에너지 전환의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전기요금 체제가 전력수급과 에너지 효율 못지않게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또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의 설계만큼이나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과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이를 위해 원가 공개 등 기본자료의 투명한 공개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좌장으로 논의를 이끈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은 정직하고 공정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며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고 특정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다른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으며 전력 공급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적자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력 과소비와 에너지 소비 왜곡을 막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 말하고 이를 위해 “요금이 결정되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 가격규제 방식, 공식을 만들어야 한다. 물가상승률 대비 몇%, 발전연료비 대비 몇% , 자체 효율 대비 몇% 등 합의된 룰과 공식에 따라서 전기요금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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