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있어도 소비자는 번거롭다 인식
탄소저감에 잘 맞는 제품… 보급 희망적

가스냉난방기, 정부가 달리보기 시작
GHP와 흡수식냉온수기에 대한 설치장려금이 올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라갔다. GHP는 25%, 흡수식냉온수기는 25~60% 씩 오른 것이다.

가스냉난방기에 대한 설치보조금은 지난 2010년부터 GHP는 실외기 기준으로 100RT 이하는 대당 200만원, 10RT 초과분은 1RT 당 20만원을 지급하고, 흡수식냉온수기는 80RT가 넘으면 용량과 성적계수(COP)에 따라 1RT당 3~7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부터 이러한 지급액이 인상돼 GHP는 100RT 이하는 기본적으로 250만원씩 보조하고, 10RT가 늘어 날 때마다 2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80RT를 초과하는 흡수식냉온수기는 4~10만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가스냉난방기에 대한 인식은 해가 지날수록 그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만은 틀림없다. 이와 같이 정부의 정책이 빠르게 변화한 데는 여름과 겨울철 전력부족현상이 전기냉난방기 사용에 의해 절제없는 전기 사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여름과 겨울철의 전력부족현상을 없애려면 전기냉난방기가 아닌 가스냉난방기를 더 많이 보급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가스냉방정책에 대해 인식을 달리한 만큼 관련 업계도 환영하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으로 가스냉방산업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인식도 변화의 계기를 주게 될 것이란 희망에서다. 또 정부가 가스냉방기를 보급하기 위해 팔을 걷은 만큼 가스냉난방기를 판매하려 할 때의 영업력도 힘이 더 실릴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발전소 짓기보다 가스냉난방이 더 효과
정부는 오랫동안 가스냉방기에 대해 ‘소비자가 스스로 외면하는 것을 정부가 쓰라고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시각을 유지해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간 겨울과 여름철의 전력난이 발생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에너지 업계엔 일종의 불문율이 있었다. 여름엔 냉방 때문에 전기사용이 증가하고, 겨울엔 난방 때문에 가스사용이 증가한다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 상식이 순식간에 깨져버린 것이다.

지난해 여름 9.15 정전 사태로 블랙아웃 직전까지 가고, 연이은 겨울철 혹한에 전기사용에 과부하가 매년 발생한 것이다. 겨울철에도 여름 전력피크와 맞먹는 수준으로 예비전력이 떨어지는 사태를 보고서야 정부는 에너지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가스사용요금보다 전기사용요금이 저렴해 소비자가 겨울철 난방까지도 전기를 이용해 ‘겨울철 전기난방 피크’라는 기현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국 가스냉난방을 활성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 새로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가스냉방에 대한 지원금을 올려 전기냉난방을 억제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는 반전을 이루어 낸 것이다.

물론 가스냉난방의 대표적 제품인 GHP나 흡수식냉온수기를 설치하려면 건물 설계부터 반영하도록 해야 하기에 당장 보조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관련제품이 하루아침에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새 건물을 지으면 이것이 설계로 이어지고 가스냉난방기로 닿는 것은 몇 년 후가되기 때문이다. 냉난방기 설치는 건물이 거의 완공되는 마지막 순간에 발생하는 특징 때문이다. 

이윤내려면 국산화해야 하지만…
가스냉난방기 중 가장 대표적인 제품인 GHP이다. 그런데 한국의 GHP시장은 사실 큰 시장이 아니다. 국내에 보급하는 대부분의 GHP는 일본산이며, 이를 수입해 판매하는 대부분의 공급사가 여타제품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의 GHP 판매 동향을 보면 이것이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이 작아 판매해야 이익이 남지 않는 것이 반복돼 시장 규모가 더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로 GHP도 제품을 판매했을 때 적정 수준의 이익이 남아야 한다. 기업은 이윤없는 기업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GHP 판매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5년과 2006년은 GHP 판매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2005년 한해 GHP 보급 대수는 5223대, 2006년엔 5897대로 지난해 전체 GHP 판매량보다 5배 이상이다. 2006년만 해도 GHP 판매 관계자들은 ‘이 정도 판매 상승세면 2010년 이내에 한국의 GHP시장은 1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올 수준이었다. 그 당시 일본 GHP 시장이 연간 3만2000대 수준이었으니 그 1/3 시장에 도달할지 모른다는 낙관론으로 일본 제조사도 한국 GHP 시장을 핵심 판매지로 선정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매년 보급 대수가 오르던 것이 2007년을 기점으로 도리어 떨어진 것이다. 5000대 보급대수가 무너져 4006대에서 머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엔고현상이다. GHP 수입가격이 올라 기존 가격대로 판매해야 이익은커녕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당연히 판매사가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2006년 엔화환율이 100엔당 매매기준가로 814원(그해 4월16일 기준)으로 800원대 초반이라 GHP를 수입해 판매하면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2008년 8월에 엔화환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그해 연말에 1500원까지 치솟았다. 그때의 높은 환율은 지금도 지속해 지금은 1443원(올해 5월11일 기준)이다. GHP가 많이 팔리던 2006년보다 GHP 수입물가가 77% 상승해 약 1.8배 뛰어오른 것이다. 일본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해봐야 수입이 생기기는커녕 도리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생각은 당연한 귀결이다.

한때 GHP 판매에 매진했던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는 “사실 정부가 보조금을 올렸다고 해도 예전만큼 판매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GHP 영업을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금은 소비자에게 문의가 들어오면 답변만 하는 수준”이라며 “GHP는 설비계약일과 실제 설치일의 차이로 지금 같은 엔고 현상이 지속될 땐 판매에 적극성을 갖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GHP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려면 일본산 수입이 아닌 직접 제조방식을 써야 하는데 생산설비 구축과 기술 개발비에 들어가는 투자비가 워낙 많이 들어 지주회사의 전폭적인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간 5000대가 되지 않는 한국 시장에서 GHP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자체생산을 위해 큰 금액을 투자할 기업이 없다는데서 절망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GHP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도 공장가동을 중지했던 적이 있는 상황에서 한동안 GHP를 통한 수익 발생은 불투명하다”며 우리나라 가스냉방기의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EHP 제조사의 공격도 문제
EHP와 GHP와의 보급 비율은 대략 9대1 수준으로 가스제품이 전기제품보다 10% 수준 뒤떨어졌다. 이 두 제품은 초기 설치비에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효율과 친환경성, 그리고 혹한의 조건 등에서 GHP가 더 앞섰음에도 판매량이 EHP에 비해 턱없이 적다. 시장점유율에서 이같은 차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기업의 안티마케팅 때문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흘러나온다. EHP는 대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지만 GHP는 대기업의 관심밖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GHP 판매사 관계자는 “EHP 제조사인 대기업이 건설 담당자를 불러 제품설명회를 하는 일이 흔한데 자기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 경쟁제품인 GHP를 흠집내고 있다”며 “특히 이들은 GHP가 가스를 쓰는 연료라 폭발의 위험이 있고 그런 만큼 항상 관리자가 옆에 붙어서 운영해야 한다는 식으로 홍보한다”고 전했다.

GHP는 대부분 수입제품이기에 국산제품을 만드는 EHP 제조업체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GHP 영업자 중 한 사람은 “GHP를 설치하면 일본 기술과 일본제품을 키우는 것이니 만큼 국산제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홍보한다”며 “어떨 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일본기업에 보조하는 것인 마냥 알리고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GHP의 오해… 번거롭고 유지비 든다
GHP는 엔진을 사용하는 제품이기에 엔진 오일 교체 등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번거롭다고 오해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사용해 본 소비자는 GHP가 EHP보다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냉방기능만을 살핀다면 EHP와 비슷한 수준으로 연료비가 발생하지만, 난방 기능에서는 도리어 15% 수준의 적은 연료가 사용된다. 이를 평균적으로 따지면 전체적인 연료비는 약 7% 수준 적게 나가는 것이다.

GHP 공급사 한 관계자는 “20마력(실외기 1대, 실내기 8대) 제품으로 겨울철에 약 90평 수준의 공간을 난방하려 할 때 GHP는 한 달에 25만원 정도의 가스비가 발생하지만 EHP는 30만원 수준의 전기료가 나온다”며 GHP가 난방비용은 적게 나오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또 “EHP가 겨울철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한기가 계속 이어질 때 가동이 멈출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최근 한국은 겨울철에 예년보다 더 추워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GHP 장점을 활용한다면 연료비 절약은 물론 A/S 등도 줄이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을 조합해 볼 때 가스냉난방기의 시장은 여전히 밝다. 가스냉방기의 장점을 정부가 새로이 인식하는 만큼 앞으로도 가지 방식을 동원해 지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기존의 전기제품이 반드시 깨끗한 에너지가 아님을 국민에게 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전기 자체는 깨끗한 에너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오염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스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연소효율을 높일 수 있기에 오염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부의 탄소배출 억제책이 강력해질수록 GHP나 흡수식 냉온수기 등의 가스냉난방 제품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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